
“더 이상 사찰이 엄숙한 공간으로만 인식되어선 안 됩니다. 대중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친숙함과 공존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때 불교문화가 발전하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커질 것입니다.”
쿠무다 이사장 주석 스님은 7월18일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문화창달위원회(위원장 원명 스님)가 개최한 ‘제3차 회의 및 워크숍’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는 불교문화를 올바르게 발전·계승하기 위해 현대사회에 부응하는 불교 문화정책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현대사회에 부응하는 불교문화 플랫폼으로써의 사찰 공간’을 주제로 발표한 주석 스님은 “한국은 국가지정 문화재 중 국보의 56%가, 보물의 65%가 불교문화재인 명실상부 불교문화국이지만 일상생활에서 대중들이 창작하고 향유하는 문화활동에서 불교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극히 미미하다”며 “이를 방치할 경우 한국 불교문화는 산중과 박물관에 갇혀 있는 과거 속 종교로 전락할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스님은 “불교의 이상과 철학은 그대로 유지하되 현대적 감각으로 창작을 독려해야 한다”며 “불교문화 진흥을 위한 후원기금 조성과 후원자를 창작자와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스님은 사찰공간의 새로운 구성에 집중했다. 종교적 공간이라는 가치를 지속하면서 대중들이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향유할 수 있는 공존의 장소로 재구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스님은 현재 쿠무다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영상으로 소개한 뒤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전통적 가치를 창조적으로 계승·발전시키는 법고창신의 지혜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중앙종회의원 범종 스님은 ‘불교계 문화예술인 현황과 육성 지원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발표했다. 불교음악·불교미술·불교무용·불교영화·대중예술 및 스포츠계로 구분해 불교계 문화예술 현황을 분석한 범종 스님은 “불교문화를 통한 포교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이 없겠지만, 오랜 노하우와 풍족한 지원으로 문화예술 분야를 선점하고 있는 이웃 종교에 비해 어려움이 많다”며 “우리가 처한 상황을 냉철히 판단하고 불교계에 맞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유튜브, 메타버스 등 뉴미디어를 활용한 방안과 전문 문화예술인재 육성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종단 문화정책 이해’를 주제로 발표한 이상봉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 차장은 불교유형문화재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기존의 불교문화 정책을 무형문화재로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차장은 “불교문화에서 전통문화, 성보 보존관리에서 성보 체험향유, 불자에서 국민, 문화재 보수유지에서 문화재 신심증장, 사찰 이익에서 공공의 이익 등 보다 넓은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무형문화재 관련 전문가 영입을 통해 전법포교에 이바지하는 불교문화 진흥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에 앞서 문화창달위원장 원명 스님은 “불교는 1700여년 동안 한국의 발전과 역사를 함께하며 문화를 주도해 왔지만, 현재 불교문화 발전·계승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번 문화창달위원회 회의를 통해 불교문화가 현대에 다시 한 번 꽃피울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화창달위원회는 발표와 종합토론이 끝낸 후 차기 발표주제 및 발표자를 선정했다. 강소연 위원이 ‘불교미술문화 전통과 현대의 가교 : 부활 및 재정비 제언’을, 구미래 위원이 ‘불교무형문화유산 전승의 방향성 제언’을, 김호석 위원이 ‘대중 친화적 불교문화정책 제언’을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차기 워크숍 일정은 추후 결정된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